오직 환자만 생각하는 그 진심, 감동이었습니다

복합 심장판막수술로 일상 되찾은 김순이 환자와 집도의 이승현 교수
 
 
김순이 씨는 4개의 심장판막 가운데 무려 3개가 인공판막이다. 1986년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을 기계로 바꿔 달은 것이 첫 번째. 그리고 올해 초 대동맥판막과 삼첨판막을 다시 인공판막으로 교체했다. 고령의 약한 몸으로 큰 수술을 씩씩하게 견뎌낸 그녀는 세브란스 의료진들에게 더없이 깊은 감사를 전했다.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34년 만에 진행된 두 번째 판막수술
심장판막질환으로 40년 가까이 세브란스에서 치료 중인 김순이 씨는 1986년 주치의로부터 수술 외에는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서른아홉 기계판막을 달면 얼마나 살 수 있느냐고 물으니, 주치의는 그래도 한 30년은 살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 대답에 김순이 씨는 적어 두 애들 장가는 보낼 수 있겠구나 싶어 안심했다고‘그렇게 그녀는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을 기계판막으로 꽤 달았다.
이후 30년 넘게 힘든 일은 조심해가며 평범한 일상을 꾸려왔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초급격히 호홉곤란이 악화됐다. 과거 기계판막을 삽입한 환자들 일부에서 판막을 꿰맨 부위의 심장조직이 마치 상처가 부어 오르듯 자라면서 판막 통로를 막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체구가 작아 크기가 작은 판막을 삽입한 환자에서 발생 확률이 높다. 김순이 씨 또한 오랜 세월에 걸쳐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고, 이 으로 인해 심부전과 삼침 판막 역류 중, 폐동맥 고혈압, 폐 부종등이 동반된 상태였다.
내과 주치의의 협진 요청을 받은 이승현 교수(심장 혈관 외과)는 신중하게 수술을 결정했다. "여러 심장 혈관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로 판막의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오랫동안 서서히 약해진 심장이 오히려 정상 혈류에 적응하지 못해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김순이 환지분은 고령에 전신 상태 도약한 네다가 재수술이었기 때문에 위험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심정지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대동맥판막은 최신 기법인무봉합 수술을 시행했고, 중등도 이상의 심한 역류증이 동반된 삼첨판막은 기계판막으로 교체했습니다."          


마음까지 치료해준 선한 의료진들의 성실함
수술은 잘 끝났지만 심정지 수술의 후유증으로 약해진 폐기능과 신장기능의 회복이 유독 더뎌서 중환자실에만 25일을 머물러야 했고 회복 도중 상태가 악화되기도 했다. 마침내 퇴원의 그날, 이승현 교수와 이희재 간호사, 함께 수고한 병동 의료진들은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고생하는 의료진들의 가운 주머니에 산도 과자를 슬쩍 넣어주며 고마움을 표현했던 김순이 씨는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다며 심장혈관병원 의료진들을 거듭 칭찬했다. 힘든 수술 후 기력이 약해져서 아직은 지팡이와 휴대용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혼자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되면 가자 먼저 의료진들을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할 예정이라고.
내내 어머니의 곁을 지켰던 아들 최원우 씨 또한 이승현 교수에게 특별한 감시를 전했다. "자식 입장에서는 어머니 수술이 잘 되는 것만큼 감사한 일이 또 있겠습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 수술 도중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어머니의 수술을 맡긴 게 후회되지 않겠다 싶을 만큼 이승현 교수님은 정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너무나 좋은 의료진들을 만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봉합 대동맥판막 치환술, 심정지 시간 줄여 수술 위험 낮춘다 
심장판막질환 수술의 명의 이승현 교수
         



성인에서는 어느 판막에 문제가 가장 많이 생기나요?
성인에서는 해부학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태어난 경우를 제외하면 폐동맥판막에 병이 생기는 일은 드물고,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이 잘 망가지는 편입니다. 과거에는 류마티스열에 의해 심장판막에 지속적으로 염증반응이 일어나면서 판막이 손상되는 류마티스성 판막질환이 가장 많았으나, 영양 상태와 위생수준이 향상되면서 류마티스열이 줄어들어 류마티스성 판막질환 역시 많이 감소했습니다. 반면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오래 써서 망가지는 퇴행성 판막질환은 증가 추세인데, 그중에서도 퇴행성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삼첨판막은 판막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고, 다른 심장판막질환의 문제로 발생하는 2차성 질환이 대부분입니다.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퇴행성 판막질환은 대부분 협착의 형태로 나타나나요?
보통 판막에서 일어나는 퇴행성 변화는 석회화, 쉽게 말해 판막이 단단해지는 걸 의미합니다. 판막이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면서 잘 열리지 않는 협착의 성향을 띤 경우가 많지만, 제대로 닫히질 않는 폐쇄 부전증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판막이 잘 열리지 않으면 혈액이 원활하게 나가질 못하니까 심장이 무리해서 혈액을 짜내느라 점점 망가집니다. 반대로 판막의 닫히는 기능이 망가지면 피가 뒤로 새는 역류 현상이 나타나는데, 역류하는 곳에는 정상보다 많은 혈액이 머물게 되니까 심장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깁니다.

           

환자들은 어떤 증상으로 병을 알게 되나요?
문제가 생긴 판막의 종류나 병명을 막론하고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호흡곤란입니다. 예전에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서 산 중턱까지도 못 올라가는 등 숨찬 증상으로 인해 일상에 변화가 나타납니다. 판막의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 망가지면서 피가 잘 돌지 못하고 정체되어 손발이 붓기도 하고요. 하지만 무증상인 경우도 절반 가까이 됩니다. 심장은 마치 고무줄과 같은 장기여서 죽을 때까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혈액을 순환시킵니다. 판막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심장이 보상을 해서 겉으로는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지요.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심장의 이 탄력기능이 상당 부분 망가졌다는 의미이므로 적극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약으로도 심장판막질환을 고칠 수 있나요?
판막질환은 해부학적인 구조가 손상된 것이므로 약으로 고칠 순 없고, 약물치료는 순환 혈액량, 혈압, 심장의 리듬 등을 조절해 심장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주는 유지요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질환이 진행되어 약물치료로 증상을 조절할 수 없고 심장의 기능 악화가 심해지면 시술 또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시술은 심장이 박동하는 상태에서 혈관을 통해 특수 기구를 넣어 좁아진 판막을 열어주거나, 혹은 클립 같은 기구로 닫히지 않던 것을 집어주는 등 판막의 기능적인 면을 보조하는 치료라면, 수술은 심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병든 판막을 제거 후 치환 혹은 성형하는 방식으로 구조적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판막수술이라면 판막의 망가진 부분을 고치는 건가요?
판막수술은 판막의 망가진 부분을 교정하는 성형술과 손상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판막을 넣어주는 치환술로 나뉩니다. 심장판막을 심장 내부의 문이라고 할 때, 성형술은 고장 난 문짝을 개보수하는 것, 치환술은 문짝을 떼서 아예 새 것으로 바꾸는 것이지요. 보통 망가진 정도가 심해 고쳐 쓰기 어렵거나 성형술을 하기가 까다로워 심정지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우려가 있을 때 치환술을 시행합니다. 최근 급증하는 퇴행성 대동맥판막 질환에서는 무봉합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통해 좀 더 빠르고, 덜 침습적으로 인공판막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심장판막질환 치료의 최강자,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_ 개별 건물에 독립된 기관으로 존재하는 국내 유일의 심장혈관질환 전문병원. 심장내과, 심장혈관외과, 소아심장과, 심장영상의학과, 심장마취통증의학과 등 심장혈관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모든 과가 포진돼 있다.
_ 관상동맥, 판막, 대동맥 등 외과의의 수술 분야가 전문화돼 있어 수술 숙련도가 높다. 여러 질환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전문 외과의들의 유기적 협력 수술이 이루어진다.
_ 수술 시간과 흉터를 줄인 무봉합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다.
_ 무봉합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외과의가 충분한 실력을 갖췄는지 전문 감독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외과의를 검증하고 교육하는 의사를 프록터(Proctor), 이 프록터를 양성하는 의사를 마스터 프록터(Master Proctor)라 한다. 세브란스는 국내와 아시아 최초, 전 세계에서는 6번째로 마스터 프록터를 배출했다.



무봉합 대동막판막 치환술은 기존의 치환술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존의 판막 치환술에서는 본래의 판막을 떼어낸 후 인공판막을 넣고 직접 꿰매야 하는데, 이 무봉합 대동맥판막은 환자의 체온에 반응해 저절로 펴지면서 고정되기 때문에 손으로 일일이 꿰매는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덕분에 수술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다른 질환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 일반 대동맥판막 치환술에 소요되는 시간이 50분 전후인데 반해, 무봉합 대동맥판막 치환술은 25분 정도면 끝납니다. 또 봉합에 필요한 공간이 필요 없어서 흉부를 기존의 1/3 수준으로 최소 절개만 하면 되니까, 가슴뼈의 절개와 재건 작업으로 인한 통증이나 합병증도 당연히 줄어듭니다.


심장수술에서 시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심장수술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잘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심정지 시간입니다. 성형술이든 치환술이든 판막수술은 인공심폐기를 연결한 후 특수 약물로 심장을 완전히 정지시킨 상태에서 진행되는데, 심장을 멈춰놓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술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집니다. 대동맥판막 관련 수술에서는 심정지 시간이 1분 증가할 때마다 사망을 비롯한 주요 합병증의 발생 확률이 1.2배로 높아집니다. 심정지 시간이 30분 길어지면 합병증 확률이 36배로 증가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환자의 회복을 위해서는 심정지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대동맥판막질환에 여러 심장질환이 동반돼 복합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 무봉합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시행해 전체 심정지 시간을 줄여 수술 위험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대동맥판막 치환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누구나이 무봉합 수술을 받을 수 있나요?
기존의 대동맥판막을 무봉합 조직판막으로 치환하는 경우에는 수술 위험도와 합병증, 통증, 재활, 미용 등 여러 면에서 기존의 치환술보다 훨씬 이점이 많습니다. 다만 3조각으로 나누어져 있어야 하는 대동맥판막이 태어날 때부터 2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경우, 대동맥판막륜이 많이 늘어나서 바느질 없이는 판막 고정이 어려운 환자 등 일부에서는 무봉합 수술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직판막은 사람의 심장에서 인체와 함께 노화돼 대개 15-16년이 지나면 교체를 고려해야 하므로, 젊은 환자들은 항응고제만 잘 복용하면 수명이 거의 영구적인 기계판막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Dr. 이승현의 특급 조언, 금연은 선택 아닌 필수!
심장판막질환을 진단받으면 술을 좋아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금주를 하지만, 흡연 환자들은 수술을 앞두고도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흡연은 그 자체로 심장질환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전신마취의 합병증을 더 많이 발생시키는 최악의 행동이다. 좀 더 안전한 심장수술을 위해 담배는 무조건 100% 끊어야 한다.  


수술 없이 인공판막을 넣어주는 TAVI와 상당히 비슷해 보입니다.
무봉합 대동맥판막 치환술과 TAVI(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는 모두 꿰매는 과정 없이 조직판막을 몸에 고정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병든 판막을 제거하고 교체하느냐, 아니면 기존의 판막을 남겨두고 시술적으로 판막을 새로 삽입하는가의 차이입니다. 수술이 불가능한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환자에서는TAVI가, 여러 심장질환이 동반되어 복합 수술이 필요하거나 수술을 견딜 만한 전신 상태라면 무봉합 대동맥판막 치환술이 적합합니다. 또 TAVI는 기존의 대동맥판막 안에 새 판막을 밀어넣는 반면, 무봉합 수술은 심장을 열어서 병든 판막을 제거한 후 새 판막을 넣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좀 더 완벽한 치료라 할 수 있습니다. 고령이어도 수술에 무리가 없는 활동적인 환자에서는 좀 더 오랜 기간 안전성이 검증된 수술이 먼저 권유됩니다.

환자의 안전한 치료를 위해 최선의 수술법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이승현 교수(심장혈관외과)
진료 분야 : 후천성 심장질환, 심장판막질환, 부정맥 수술, 최소 침습적 심장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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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 심장판막질환과 부정맥이 전문 분야이며, 최소 침습적 심장수술에 관심이 많다. 최신 수술 기법인 무봉합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했으며, 국내와 아시아 최초, 전 세계에서는 6번째로 마스터 프록터(Master Proctor)로 뽑혔다. 수술 전날에는 수술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노트에 직접 기록하는 특별한 정성을 기울이고, 최선을 다한 수술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잃은 안타까운 환자를 위해서는 홀로 묵념하는 시간을 갖는다. 진정한 외과의는 그저 눈에 보이는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이런 세심한 태도를 통해 따듯한 인간미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