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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위험인자 있다면
정기검진은 필수입니다
질병 너머 환자의 삶을 바라보며, 간암 치료의 희망 넓혀가는 김승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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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발생률과 사망률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는 중대한 질환으로, 가장 흔한 원인은 만성 B형간염과 C형간염, 즉 바이러스 간염입니다. 실제로 국내 간경변증과 간암의 60- 70%는 B형간염, 10-15%는 C형간염이 진행되면서 발생합니다. 예방접종 시행으로 B형간염의 유병률이 과거 10% 수준에서 현재 2%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50대 이상에서는 어릴 때 모체로부터 수직 감염된 사례가 많아 여전히 B형간염이 간암의 가장 큰 위험요 인입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알코올 간질환도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최근에는 비만이나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질환과 밀접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비알코올 간질환)으로 인한 간경변증과 간암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고 바이러스 간염이 없더라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대사질환이 있다면 간 건강을 일찍부터 관리해야 합니다.
간암을 이야기할 땐 간경변증이 빠지질 않습니다. 간암은 반드시 간경변증 단계를 거치나요?
간염 바이러스는 간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어, 간경변증 없이도 만성 B형간염이 바로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간에 염증이 생기고, 이 염증이 오랜 시간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간이 굳어지는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발전합니다. 간경변증에 오래 노출될수록 간암의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이것은 반대로 말하면 바이러스 간염이 없고, 술은 기준치 이하로 마시며, 복부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등의 위험인자가 전혀 없는 건강한 간에서는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질환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합니다.
증상으로 간암을 조기에 알아채는 건 어렵겠지요?
간은 병이 말기에 이르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간은 침묵의 장기라 고 불리지요. 식사를 잘하지 못하거나, 급격한 체중 감소가 있거나, 다리가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으면 이미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거나 간경변증이 매우 안 좋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황달, 복수 같은 증상은 더 심각한 단계이고요. 더 큰 문제는 암을 치료하더라도 나머지 간 부위에는 바이러스 간염이나 지방간, 간경변증 등 간암의 위험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간암의 재발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간암 치료에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어떤 검사가 필요할까요?
만성 B형 또는 C형간염,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알코올 간질환 등 간암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다면 6개월마다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완치된 C형간염 환자라도 간경변증이 남아 있다면 암 발생 위험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절대 방심해 선 안 됩니다. 기본 검사는 간암 표지자인 AFP(알파태아단백)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검사입니다. 다만 초음파검사는 간편하고 효율적이지만, 초기 간암의 진단율이 60-70% 수준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복부 비만이 심하거나 간경변증을 오래 앓은 경우, 초음파로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체형이나 간 상태, 암 위험도에 따라 주치의와 상의해 CT나 MRI 같은 정밀검사를 중간에 한 번씩 병행하면 조기 진단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초기 간암이라면 절제 수술로 암을 제거하면 되나요?
간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이기 때문에 암 치료와 함께 간기능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위암이나 대장암, 유방암 등 다른 장기의 암은 암 부위를 넓게 절제하더라도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뿐, 생명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간암은 초기여도 간기능이 나쁘다면 절제 수술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간암의 병기는 1-4기가 아니라 초기, 중기, 말기(진행성 병기)로 구분합니다. 같은 병기라도 종양의 개수와 크기, 위치, 환자의 전신 상태, 간기능 등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초기 간암은 종양이 하나이거나, 3개 이내이면서 가장 큰 것이 3cm 이하인 경우로, 이식이나 수술 같은 근치적인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간기능이 충분하다면 절제 수술을 시행하고, 간기능이 나쁘다면 간이식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암 크기는 작지만 수술이나 이식이 어려운 경우라면 열로 종양을 태우는 고주파 소작술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면 어떤 치료를 시행하나요?
혈관 침윤이나 전이는 없지만 암 덩어리가 많거나 커서 수술이 어려운 중기에서는 색전술을 주로 시행합니다. 가장 오래되고 널리 쓰이는 방법은 간동맥 화학색전술로, 항암제를 기름에 섞어 간암 주변 혈관에 투여한 후 젤폼 형태의 색전 물질을 넣어 혈관을 막아 암을 괴사시키는 치료입니다. 효과는 좋은 편이나, 통증과 간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후 개발된 약물방출 미세구 색전술은 아주 작은 구슬에 항암제를 실어 간암으로 가는 혈관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항암제가 간암 깊숙이 들어가 서서히 방출되기 때문에 기존의 색전술보다 부작용은 적습니다. 가장 최근에 도입된 방사성 동위원소 색전술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혈관으로 주입해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파괴하는 치료입니다. 전통적 색전술보다 암세포 파괴 효과가 우수하고 통증과 부작용이 훨씬 적지만, 다른 색전술에 비해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진행성 간암의 치료는 항암치료가 중심이 되나요?
진행성 간암에서는 항암치료가 중심이 되며, 암의 진행을 억제하고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진행성 간암의 1차 치료는 2가지 약물을 병합해 3주에 한 번씩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면역치료로,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치료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적습니다. 면역치료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실패한 경우에는 경구용 표적치료제를 2차 약제로 사용합니다. 필요에 따라 이러한 약물치료에 방사선치료나 색전술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방사선치료는 국소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간암이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아 고아암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렇게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치료 효과와 생존율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치료로 암이 충분히 줄어들면 절제나 간이식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간암을 예방하고 건강한 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유념해야 할까요?
예방접종과 꾸준한 치료가 핵심입니다. B형간염은 완치 약이 아직 없지만,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잘 조절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C형간염은 비교적 짧은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간경변이 남아 있다면 간염 치료 후에도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받아야 합니다. 음주는 가급적 자제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체중 관리가 필요합니다. 민물회는 기생충 감염 위험이 높고, 진액형 건강즙은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기검진과 올바른 생활습관이 간암 예방의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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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업 교수 소화기내과
진료 분야 : 간암, 간경변증, 바이러스 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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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간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다년간의 연구와 학회활동에서 쌓은 최신 지견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제한된 진료 시간 속에서도 환자와 더 자주 눈 맞추며 소통하기 위해 진료 전에 환자의 기록을 미리 예습한다.
환자와의 원활한 소통이 보다 좋은 예후를 이끄는 또 하나의 힘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식 등 중대한 결정을 앞둔 환자에게는 가족관계까지 살피며 심리적,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는 데 마음을 쏟는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5년 11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