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의 해법은 어디에… 장혁재 교수팀 AI 플랫폼이 던진 답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시간을 허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더 이상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이송 지연이 반복되고,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응급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병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환자와 병원을 연결하는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에 가깝다.
현장의 구급대원은 이 구조적 한계를 가장 먼저 마주한다. 환자 상태를 신속히 판단하고 처치를 시행하는 동시에,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하고, 의료진에게 전달할 기록까지 작성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제한된 시간 안에 병행되면서, 판단 지연과 정보 누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정보가 있어도 연결되지 않는 구조’에 있다.
이 지점에서 기술 기반 해법이 등장한다. 세브란스병원 장혁재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지능형 구급활동 지원 플랫폼’은 응급의료 현장의 이러한 단절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핵심은 환자 상태, 병원 수용 가능 정보, 현장 기록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플랫폼은 구급 현장에서 수집되는 활력징후와 상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환자에게 적합한 병원을 우선적으로 제시한다. 동시에 음성 기반 기록 변환, 환자 상태 악화 예측, 이송 전 중증도 평가 등 기능을 결합해 구급대원의 판단과 기록, 전달 과정을 자동화한다. 기존에 분절되어 있던 업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시간 손실’을 줄이겠다는 접근이다.
특히 의미 있는 변화는 ‘경험 중심 판단’에서 ‘데이터 기반 판단’으로의 전환이다. 지금까지는 구급대원의 경험과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 병원을 선택해야 했다면, 이 플랫폼은 다수의 AI 모델을 통해 객관적인 추천 근거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 개선이 아니라, 이송 성공률과 치료 적시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현장 평가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은 확인되고 있다. 사용 편의성, 업무 효율, 대응 속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실제 구급 활동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즉,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현장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물론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단일 해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병상 운영, 인력 문제, 지역 간 의료 격차 등 구조적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최소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시간을 잃는 문제’는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결국 응급의료의 경쟁력은 얼마나 빠르게, 정확하게 환자를 적절한 치료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장혁재 교수팀의 AI 플랫폼은 이 연결의 공백을 메우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응급실 앞에서 멈추던 시간이, 기술을 통해 흐르기 시작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